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정말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퇴직 후의 삶은 회사 다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때는 이 말을 들어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퇴직은 아직 한참 뒤의 일처럼 느껴졌고, 당장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월급과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처럼 눈앞에 있는 것부터 신경 쓰게 되니까요.
선배들은 퇴직금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퇴직금이 얼마나 될지 미리 계산해 보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일찍부터 생각해 둬야 한다.”
그런데 막상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퇴직할 때 알아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막상 퇴직이라는 시기가 가까워지거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제야 궁금해집니다.
“내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쌓인 퇴직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또 하나의 현실적인 고민이 따라옵니다.
“이 돈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활비로 써야 할지, 빚을 갚아야 할지, 아니면 노후자금으로 남겨둬야 할지 생각보다 고민할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퇴직금은 퇴직 직전에 처음 알아보는 돈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부터 한 번쯤 계산해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던 퇴직금 지급 조건부터 계산 방법, 그리고 퇴직 전에 확인해야 할 부분까지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퇴직금은 1년만 일하면 무조건 받을까?
퇴직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기준이 ‘1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 달력으로 1년이 지났다는 것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퇴직급여 제도의 적용 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일정한 근로시간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라면 퇴직급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나 단시간 근로를 하는 분이라면
“나는 정규직이 아니니까 퇴직금이 없겠지.”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용형태의 이름만으로 퇴직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계속 근무했는지, 소정근로시간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직금은 왜 ‘마지막 월급 × 근속연수’가 아닐까?
많은 직장인이 퇴직금을 대략 이렇게 계산합니다.
월급이 300만원이고 10년 근무했다면
300만원 × 10년 = 3,000만원
정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략적인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퇴직금은 이런 방식으로 단순 계산하지 않습니다.
퇴직금 계산에서 중요한 개념이 평균임금입니다.
기본적으로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실제 금액을 확인하려면 평균임금이 얼마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평균임금이라는 게 무엇일까?
처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집니다.
평균임금은 일반적으로 이를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기 전 3개월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퇴직 직전 일정 기간 동안 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임금을 계산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기본급 하나만 보는 것과 실제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것은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급여에 어떤 항목이 포함돼 있는지에 따라서도 실제 계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퇴직금이 궁금하다면 마지막 월급 한 장만 보고 계산하기보다는 최근 급여명세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제 급여명세서를 살펴봤던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퇴직금 계산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기본적인 퇴직금 계산 구조를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일 평균임금 × 30일 × 계속근로기간 ÷ 365
정확한 계산에서는 개인별 근무기간과 임금 구성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이 정도만 알아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다면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퇴직금 역시 그만큼 누적되는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월급과 근속연수만 입력해 계산한 금액은 어디까지나 예상금액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여금이나 수당도 퇴직금에 영향을 줄까?
제가 퇴직금을 알아보면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월급에는 기본급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책수당, 연장근로수당, 각종 상여금 등 회사마다 급여 구성도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돈이 모두 퇴직금 계산에 들어갈까요?
무조건 포함된다거나 무조건 제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급 조건과 성격 등에 따라 임금 해당 여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회사의 급여규정과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금은 퇴사하면 바로 들어올까?
퇴사하는 날 통장에 퇴직금까지 바로 입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퇴사 후 바로 입금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지급기한과 회사에서 안내한 일정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연금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요즘 직장에서는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뿐 아니라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급여명세서만 보고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퇴직급여를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퇴직연금에는 DB형과 DC형 등이 있습니다.
DB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일정한 방식으로 정해지는 구조이고, DC형은 회사가 근로자의 계좌에 부담금을 납입하고 근로자가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둘은 운용 방식과 퇴직 시 받게 되는 금액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회사가 어떤 제도를 운영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라면 회사 인사시스템이나 퇴직연금 계좌부터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는데도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이직할 때 퇴직금도 생활비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이직하면서 퇴직금이 들어오면 갑자기 목돈이 생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소 통장에서 보기 어려운 금액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바꾸거나 여행을 가거나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 데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돈이니 사용 목적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퇴직금의 원래 성격을 생각하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금은 단순한 ‘보너스’라기보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인 노후자금의 성격이 강한 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직을 여러 번 한다면 퇴직할 때마다 받은 돈을 모두 소비했을 경우 나중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래 다닌 직장일수록 한 번은 확인해보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월급은 확인하면서도 퇴직금은 회사를 그만둘 때가 돼서야 처음 확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퇴직금은 퇴직할 때 알아보면 되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내가 몇 년째 근무하고 있는지,
회사는 퇴직금인지 퇴직연금인지,
퇴직연금이라면 DB형인지 DC형인지,
현재 예상되는 퇴직급여가 어느 정도인지.
이 정도는 회사를 그만둘 계획이 없더라도 한번 확인해볼 만합니다.
특히 한 직장에서 5년, 10년 이상 근무했다면 퇴직급여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수 있습니다.
월급만 내 돈이 아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월급에는 민감합니다.
10만원이 올라도 금방 알고, 수당 하나가 빠지면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쌓이고 있는 퇴직금은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매달 통장에 찍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한 달 동안 일해서 받는 월급뿐 아니라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이는 퇴직급여도 결국 내가 알아야 할 내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당장 퇴사할 계획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회사 인사시스템이나 퇴직연금 계좌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딱 하나만 확인해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내가 일하면서 쌓인 퇴직급여는 어느 정도일까?”
월급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퇴직금까지 확인해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주식이나 ETF를 공부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돈 공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퇴직급여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실제 퇴직금과 적용 여부는 근무기간, 근로시간, 임금 구성, 회사의 퇴직급여제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퇴직 시에는 회사 담당 부서 및 관계기관의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