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회사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DB형이니 DC형이니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 눈여겨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중에 제가 받을 퇴직금과 관련된 내용이니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매일 해야 할 일이 생기고, 월급날이 되면 생활비와 카드값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 돈인 퇴직연금은 평소에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이나 노후 준비 이야기가 크게 나오면 그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퇴직연금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지?”
그때 한 번 계좌를 열어보고 적립금이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해본 뒤, 또다시 잊고 지내기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매달 월급이 몇만 원만 달라져도 급여명세서를 확인하면서, 정작 오랜 직장생활 끝에 받게 될 내 퇴직연금이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DB형과 DC형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정확히 무엇이 다르고, 그 차이가 나중에 내가 받게 될 퇴직급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번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내 퇴직연금은 DB형인지 DC형인지, 두 제도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직장인의 입장에서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내가 DB형인지 DC형인지 알고 있나요?
퇴직연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퇴직연금은 어떤 방식일까?
의외로 오랫동안 직장을 다녔는데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DB형과 DC형의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습니다.
DB형 :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DC형 :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이름만 보면 더 어렵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쉬웠습니다.
DB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일정한 방식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 DC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수준의 부담금을 넣어주고 근로자가 그 돈을 직접 운용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생깁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방식
DB형에서는 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일 주식시장이나 금융상품을 살펴보면서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퇴직할 때 받게 되는 급여는 근속기간과 퇴직 당시의 임금 등을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따라서 임금이 꾸준히 올라가고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DB형의 특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처럼 투자에 신경 쓸 시간이 부족했던 직장인에게는 회사가 운용을 담당한다는 점도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직접 운용해서 수익률을 높여보겠다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DC형은 내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DC형은 조금 다릅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일정한 부담금을 납입하면 이후 운용은 근로자가 직접 결정합니다.
예금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펀드나 ETF 등 다양한 상품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기간을 근무하더라도 운용 결과에 따라 퇴직 시점의 적립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익률이 좋으면 자산이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운용 성과가 좋지 않으면 기대했던 것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DC형은 회사가 돈을 넣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본인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퇴직연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몇 년 동안 거의 확인하지 않는 직장인도 있을 겁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퇴근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주말이 되면 쉬고 싶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가서 상품과 수익률을 확인하는 일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1~2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작은 수익률 차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퇴직 시점의 자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C형이라면 적어도 현재 어떤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정도는 정기적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DB형과 DC형,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여기까지 알아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DB형과 DC형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걸까?”
한쪽이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근무할 것인지, 임금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본인이 퇴직연금 운용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 상승 가능성이 높고 장기근속을 예상하는 직장인과, 이직이 잦고 직접 장기간 자산을 운용하고 싶은 직장인의 상황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주변 사람이 “DC형이 좋다더라” 또는 “DB형이 안전하다더라”라고 말하는 것만 듣고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퇴직연금 수익률도 한 번 확인해보자
DC형이라면 오늘이라도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에 한번 들어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확인할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현재 적립금이 얼마인지, 어떤 상품에 들어가 있는지, 최근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보면 됩니다.
처음에는 상품 이름도 어렵고 숫자도 많아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는 첫 단계는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무런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었다면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금은 마지막에 받는 보너스가 아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퇴직금이라는 말을 들으면 회사를 그만둘 때 받는 목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퇴직하면 자동차를 바꾼다는 사람도 있었고, 여행을 다녀온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직장을 그만둔 기념으로 받는 보너스가 아니라 퇴직 이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쌓아온 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퇴직 후에는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선배들이 왜 그렇게 일찍부터 퇴직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했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지금 확인해도 늦지 않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돈에 대해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점입니다.
월급이 얼마인지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국민연금, 퇴직연금, 세금처럼 눈앞에서 바로 사용할 수 없는 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것들도 모두 내 생활과 연결된 돈입니다.
오늘 회사에서 사용하는 인사시스템이나 퇴직연금 금융회사 앱을 한번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세 가지만 확인해보면 됩니다.
내 퇴직연금은 DB형인가 DC형인가?
현재까지 얼마나 적립되어 있는가?
DC형이라면 지금 어떤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가?
이 세 가지를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퇴직 준비는 퇴직하는 날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선배들의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직 월급을 받고 있을 때 내 퇴직 이후의 돈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은퇴 준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퇴직연금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실제 적용되는 퇴직연금 제도와 운용 가능한 상품, 퇴직급여 등은 회사 및 금융기관,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회사 담당 부서와 관계기관의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