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수백 명의 전화번호보다 남은 10명의 사람이 더 소중했습니다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휴대전화 연락처를 열어보면 함께 근무했던 선배와 후배, 동료들의 이름이 수없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람도 있었고 다른 부서지만 업무 때문에 자주 연락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가 오고 메시지가 왔습니다. 출근해서 얼굴을 보고, 점심을 같이 먹고, 회의를 하고, 퇴근 후에는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이 많은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니 전혀 다른 현실이 보였습니다. ■ 현직에 있을 때는 경조사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생깁니다. 결혼식도 있고 장례식도 있습니다. ..

퇴직 후에야 알게 된 인간관계의 현실, 수백 명의 인연보다 끝까지 남은 몇 사람이 더 소중했습니다.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휴대전화 연락처를 열어보면 함께 근무했던 선배와 후배, 동료들의 이름이 수없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람도 있었고 다른 부서지만 업무 때문에 자주 연락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가 오고 메시지가 왔습니다.

 

출근해서 얼굴을 보고, 점심을 같이 먹고, 회의를 하고, 퇴근 후에는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이 많은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니 전혀 다른 현실이 보였습니다.

 

■ 현직에 있을 때는 경조사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생깁니다.

 

결혼식도 있고 장례식도 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동료에게 경조사가 생기면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부서 사람뿐 아니라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들이 찾아오고, 직접 참석하지 못하면 연락이라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와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도 오랜 직장생활에서 만들어진 인간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주변 동료들에게 일이 생기면 가능하면 참석하려고 했습니다.

 

기쁜 일은 함께 축하하고 어려운 일은 함께 나누는 것이 직장 동료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퇴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 퇴직하면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가 달라집니다

 

현직에 있을 때와 퇴직한 뒤의 인간관계는 분명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느끼기에는 예전과 비교해 연락하거나 찾아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경조사가 생기면 많은 동료와 선후배가 함께했다면 퇴직 후에는 그때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함께 직장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누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업무와 조직이 사람과 사람을 계속 연결해주고 있었습니다.

 

퇴직하는 순간 그 연결고리 하나가 사라진 것입니다.

 

■ 수백 명이던 연락처, 실제로 연락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직장 동료와 선후배만 수백 명이었습니다.

 

업무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때는 내가 참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휴대전화를 바라보니 조금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전화번호는 그대로 수백 개가 남아 있는데 실제로 전화를 걸고 안부를 묻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제 경우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면서 실질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선후배와 동료는 결국 10여 명 정도였습니다.

 

수백 명에서 10여 명.

 

숫자만 보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 10여 명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알게 됐습니다.

 

■ 회사가 아니라 나를 만나주는 사람이 남았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업무 때문에 만나기도 하고 같은 조직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퇴직하면 직급도 없어지고 업무도 없어집니다.

 

서로에게 부탁할 일도 거의 없어집니다.

 

그런데도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 지내십니까?”

 

특별한 용건도 없이 안부를 묻습니다.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회사 이야기가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관계가 퇴직 후에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나를 만난 것이 아니라 직장을 떠난 뒤에도 그냥 ‘나’라는 사람을 만나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인간관계는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아는 사람이 많으면 인간관계도 넓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가 많고 경조사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 내가 사람들과 잘 지내며 살아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직장생활에서 소중한 인연입니다.

 

하지만 퇴직하고 보니 인간관계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수백 명에게 한 번씩 연락받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몇 사람이 있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말없이 찾아와주는 한 사람이 더 고마웠습니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관계는 회사가 만들어준 관계라기보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쌓인 신뢰가 만들어준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 현직에 있을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지금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도 좋지만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하루가 바쁩니다.

 

업무에 쫓기고 실적을 챙기고 승진을 생각하다 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명함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내 휴대전화에 몇 명이 저장되어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중에서 내가 먼저 부담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리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도 나에게 먼저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몇 명인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 40년 직장생활 끝에 남은 사람들

 

퇴직했다고 해서 예전 동료들이 연락하지 않는 것을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현직에 있을 때 먼저 퇴직한 선배들에게 얼마나 자주 연락했는지 생각해보면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퇴직 후에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수백 명의 전화번호보다 지금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10여 명의 사람이 제게는 더 소중합니다.

 

4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의 숫자는 많을 수 있지만,

퇴직 후에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을 숫자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끔 전화 한 통 하고,

시간이 맞으면 밥 한 끼 먹고,

서로의 좋은 일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다는 것.

 

퇴직하고 나니 그것이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재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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