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됐는데 실무는 그대로였습니다|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사람을 키우는 일

40여 년 전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직장 모습은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팀장 정도의 위치가 되면 최접점의 실무에서는 어느 정도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실무를 담당하고 선배나 책임자는 뒤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방향을 잡아주는 모습이 익숙했습니다. 저 역시 선배들을 보면서 언젠가 직급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팀장이 되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 팀장이 됐지만 하던 일은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팀장의 위치에 올라갔을 무렵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인력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조직의 형태도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는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 점차..

 

 

40여 년 전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직장 모습은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팀장 정도의 위치가 되면 최접점의 실무에서는 어느 정도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실무를 담당하고 선배나 책임자는 뒤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방향을 잡아주는 모습이 익숙했습니다.

 

저 역시 선배들을 보면서 언젠가 직급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팀장이 되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 팀장이 됐지만 하던 일은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팀장의 위치에 올라갔을 무렵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인력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조직의 형태도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는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 점차 수평적인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팀장이 방향만 잡아주고 실무는 직원들이 담당하는 방식으로는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승진했다고 해서 기존에 하던 업무를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실무진 시절에 하던 일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지고 팀장의 책임까지 추가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의도 해야 하고,

직원들도 챙겨야 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지만,

정작 제가 직접 해야 하는 실무도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동안은 전형적인 '실무형 책임자'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 후배들을 믿지 못해서 직접 일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장이 직접 실무를 많이 하면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을 믿지 못했다기보다 조직의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인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책임자는 결과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저 역시 손을 놓고 지시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필요하면 후배들과 함께 뛰었고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해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팀장과 직원의 경계가 예전보다 많이 흐려졌다고 느꼈습니다.

 

팀장이면서 동시에 실무자였고, 선배이면서 함께 뛰는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 간절하게 일하는 후배는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후배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후배들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진 직원들이었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배우려고 했고,

한 번 이야기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수십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던 것들을 가능하면 후배들은 조금 덜 돌아가며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 어떤 후배는 정말 나의 분신처럼 생각했습니다

 

특히 최선을 다하는 몇몇 후배에게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아끼지 않고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까지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당시에는 그 후배들을 저의 '분신'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좋은 모습은 배우고 부족했던 부분은 닮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물론 후배가 저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닙니다.

 

저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 위에 자신만의 경험을 더해 언젠가는 저보다 훨씬 좋은 책임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 후배가 나보다 잘되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후배들 중 일부는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성장한 후배도 있었습니다.

 

조직의 주요 보직을 담당하고 많은 사람을 이끄는 위치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실적을 많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하는 것도 당연히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또 다른 종류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그 성장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제가 직접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와는 다른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 좋은 선배는 자신을 복사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배를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했다는 표현에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배는 선배를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배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배우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부분은 버리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성장일 것입니다.

 

저 역시 후배들이 저와 똑같이 일하는 것보다 어느 순간 저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더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 직장을 떠나고 보니 사람을 남기는 일이 생각납니다

 

40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수많은 일을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했던 날도 많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눈앞에 있는 업무와 실적이 무엇보다 크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떠난 뒤 돌아보면 이상하게 숫자보다 사람이 더 많이 생각납니다.

 

함께 고생했던 사람,

어려울 때 같이 문제를 해결했던 사람,

그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후배들이 떠오릅니다.

 

팀장이 되어도 실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당시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배들과 직접 부딪치며 함께 일했기 때문에 그들을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결국 선배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는 누구나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떠납니다.

 

저도 그렇게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을 떠났습니다.

 

제가 맡았던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았고 제가 담당했던 업무도 다른 사람이 이어서 하고 있을 것입니다.

 

직책은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면서 나누었던 경험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후배가 또 다른 후배를 가르치고,

제가 했던 좋은 행동 하나가 그 후배를 통해 다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40년 직장생활을 마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직장생활에서 남길 수 있는 중요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을 키우는 것 역시 선배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한때 저의 분신처럼 생각했던 후배들이 이제 조직의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의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지금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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